서양의 70세 노인들의 일자리는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서울 지하철 안에서 새벽에 일 나가는 어르신들을 보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조끼를 입고 안전 지도를 하는 분도 있고, 박스를 수레에 싣고 재활용품을 모으는 분도 있습니다. 나이는 이미 70을 넘었지만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멀리 서양으로 눈을 돌리면 같은 70세인데도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는 노인이 많습니다. 오전에는 동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후에는 일주일에 이틀 하는 마트 계산원 일을 나가거나, 예전에 하던 일을 줄여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모습이 흔합니다. 일하는 시간도 길지 않고, 일하지 않는 날에는 취미 모임과 손주 봐주기를 오가며 비교적 여유 있는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이는 비슷한데 이렇게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는 바탕에는 노인 고용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연금 제도, 기업 문화, 그리고 노인 자신이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여러 요소가 얽혀 있습니다. 같은 70세라도 왜 어떤 나라는 아직도 생계를 위해 뛰어야 하고, 어떤 나라는 일할지 말지 고를 수 있는지, 그 차이를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70대 노인 고용의 큰 격차

노인 고용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고용률입니다. 한국은 65세 이상 고용률이 약 37퍼센트로, 비슷한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입니다. 특히 70세 전후 연령대를 따로 떼어 보면 일하는 비중이 더 올라가서, 같은 나이대 서양 노인들보다 훨씬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만 보면 한국은 노인 고용이 활발한 나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안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약 40퍼센트로, 비슷한 나라 평균보다 3배가량 높습니다. 즉 일할 수 있는 70세 노인 일자리가 많아서 고용률이 높은 것이 아니라,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운 노인이 많아서 고용률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노인 취업은 이와 반대로, 전체 고용률은 낮지만, 일하는 사람 상당수는 생활비 때문에 꼭 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서 일자리를 선택합니다.




한국 노인 고용, 왜 공공 일자리에 몰릴까

한국에서 노인 고용이 눈에 띄게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공에서 만든 일자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국 지자체와 여러 기관은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환경 정리, 등하교 도우미, 공원 안내, 공공시설 안전 지킴이 같은 일을 대규모로 운영합니다. 주로 시간제이고,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은 30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자리는 70세 노인 일자리를 빠르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임금이 낮고 근무 시간이 짧아 노후 생활비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어르신이 공공 일자리를 하면서도 새벽이나 밤에 다른 일을 더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숲 해설, 돌봄 보조, 공부방 지도 같은 좀 더 전문성을 살리는 노인 고용 사업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의 고령층 일자리 정책이 양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있는 모습입니다.




서양 노인 취업, 전직을 살린 선택형 일자리

서양 노인 취업의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기본 생활을 지켜 주는 공적 연금과 퇴직 연금이 연결되어 있어, 70세가 넘으면 꼭 일을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은퇴 후 일자리를 고르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느냐, 아니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느냐의 차이입니다.



많은 서양 노인은 예전에 하던 일을 줄인 형태로 계속 이어 갑니다. 의사, 변호사, 기술자, 교수로 일하던 사람이 주 5일이 아닌 주 2일만 컨설턴트로 일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자문을 하는 식입니다. 마트 계산원, 서점 직원, 안내 데스크처럼 서비스 업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70세 노인 일자리도 흔합니다. 이들 역시 정식 채용을 통해 들어가며, 나이에 따라 급여를 크게 깎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노인 고용이 하나의 별도 사업이 아니라, 일반 노동 시장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점이 한국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연금과 자산이 노인 고용의 성격을 바꾼다

노인 고용이 생계형이 될지 선택형이 될지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노후 소득입니다. 한국은 자녀 교육비와 집값에 많은 돈을 쓰면서, 본인 노후를 위한 저축과 퇴직 연금 준비는 미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최소 생활비를 채우기 어렵고, 개인 연금이나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이 많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은퇴 후 일자리를 쉼과 활동의 수단으로 보기보다, 생활을 버티기 위한 마지막 안전망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는 젊을 때부터 연금과 퇴직 연금을 함께 쌓고, 기업도 퇴직 연금에 꾸준히 돈을 넣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70세를 넘으면 지역 커뮤니티, 시니어 센터, 교회나 동호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고, 일하는 노인도 생활비 때문에 쫓기는 비율은 낮습니다. 노인 고용 제도와 연금 제도가 서로 맞물리면서, 일을 할지 말지를 개인이 고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 셈입니다.




앞으로의 고령층 일자리 정책과 새로운 방향

한국도 빠르게 고령 사회로 들어가면서 노인 고용을 둘러싼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경험을 살려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이후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부 회사는 임금 피크 대신 업무 전환과 재교육을 통해 60대, 70대 인력을 다른 부서로 옮겨 쓰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은퇴 후 일자리를 단순 공공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돌봄, 교육, 농업, 지역 관광 같은 분야에서 민간과 함께 설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인 고용이 단기 저임금 일자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서양 노인 취업처럼 한 사람의 경력을 살리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일하는 노인도 스스로를 더 값진 일꾼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70 노인이 일하는 이유, 어떤 자리에 서게 되는지는 결국 나라가 노년에 대해 어떤 약속을 해왔는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노인 고용 수준이 높지만 빈곤율도 높다는 특징이 있고, 서양은 고용률은 낮지만 일하는 이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일을 고르는 비중이 큽니다. 고령층 일자리 정책이 연금과 함께 설계될수록, 은퇴 일자리가 생계 수단에서 삶을 채우는 활동으로 바뀔 여지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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